아래 2023년 9월, 합정역 인근 20년 된 락카페 주인이 박스 몇 개 들고 나가던 날. 나는 그에게 권리금 2억 원을 불렀고, 그는 3개월을 끌다 결국 내 말에 동의했다. '형, 2억이면 손해라요.'라고 대꾸하던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홍대 상권에서 20년을 버텼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2023년, 홍대는 10년 전의 홍대가 아니었다.
나는 임대차 계약 전문가로 15년째 일하고 있다. 권리금 분쟁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내 책상 위에 올라온다. 그리고 2023년은 유독 '전설적인' 권리금들이 사라진 해였다. 특히 마포/합정 인디 소셜 라운지 가이드라는 말이 유행할 때, 정작 현장에서 일어난 일은 그 반대였다. 수많은 '인디' 감성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살아남은 곳들은 모두 '가이드'라 불리기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폐업하는 가게들의 공통된 그림자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예산'이 아니라 '시간'이다. 2023년 홍대 상권에서 폐업한 업소들의 공통된 원인을 꼽자면, 보통 1년 이내의 임대차 계약이었다. 보증금 1억, 권리금 1.5억을 주고 들어간 가게가 6개월 만에 문을 닫는 일은 다반사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월세'를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대 인근 월세는 2023년 기준 평당 25만~30만 원 수준이었다.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 원, 여기에 인건비 300만 원, 재료비 200만 원을 더하면 월 고정비만 900만 원이다. 최소 월 2,0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나와야 본전이었다. 그런데 2023년 홍대 인디 라운지들의 평균 월 매출은 1,200만~1,500만 원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곳들의 차별화 전략
반대로 살아남은 곳들은 '예산'을 철저히 통제했다. 합정역 인근에서 10년째 운영 중인 인디 라운지 '어둠의 상점'은 처음에 월세 200만 원짜리 지하 1층을 잡았다. 보증금은 5천만 원, 권리금은 0원이었다. 주인 말로는 "처음엔 손님이 하루 3명밖에 안 들어왔어요. 하지만 월세가 적으니까 버틸 수 있었죠."
이런 곳들의 공통점은 '소셜'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인디 밴드 라이브, 영화 상영, 퀴즈 대회 등을 기획했다. 마포/합정 인디 소셜 라운지 가이드라 불리는 곳들의 핵심은 '소셜 네트워크'였다. 손님끼리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게 단골을 만들었다.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
이제 당신이 실제로 판단할 때 필요한 질문 몇 가지를 남긴다.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홍대 상권을 모르는 것이다.
1. 현재 해당 상권의 '1일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가? 합정역 2번 출구 기준 2023년 10월 평일 오후 6시~9시 유동인구는 약 3,500명이었다.
2. 경쟁 가게들의 '영업시간'이 어떻게 되는가? 인디 라운지들의 경우 보통 오후 6시~새벽 2시였다.
3. 해당 상권의 '임대료 추이'는 어떤가? 2023년 홍대 인근 임대료는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4. 네가 타깃으로 삼는客層은 '인디 감성'을 원하는 20~30대인가, 아니면 '가성비'를 원하는 40대 이상인가? 홍대 인디 라운지들의 주 고객층은 20~30대였다.
적용 한계
하지만 이 이야기의 한계를 먼저 밝히고 싶다. 홍대 상권은 2023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변화하고, 매년 새로운 가게들이 생기고 사라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다룬 원인과 전략은 '2023년'이라는 특정 시점에서만 유효하다. 내년에 홍대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홍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예산 계획과, 철저한 시간 관리, 그리고 손님과의 '소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나가는 사람은 당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