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 합정역에서 5분 거리인 23평 룸 8개짜리 술집 정산서를 손에 쥔 순간, 숫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분양가 대비 40% 남짓 남은 잔고. 그게 권리금 2억을 주고 들어간 사람이 16개월 만에 정리한 마지막 장부의 전부였어요.
소비자가 '술값'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
손님이 "위스키 한 잔에 만 팔천원이요?"라고 눈을 치켜뜰 때, 나는 속으로 백 원짜리 동전 세 개를 굴리고 있었다. 소주 한 병 원가 1,350원. 텐트 칠한 잔 하나 도매가 700원. 여기에 룸 한 칸당 시간당 냉난방·전기·인건비 분摊은 대략 3,800~4,500원 선. 소비자가 지불하는 만 원짜리 위스키 한 잔에서 실제 원재료비는 1,800~2,200원, 나머지는 "그 공간 자체의 사용료"인 셈이죠. 아, 참고로 이 수치는 내가 직접 장부 넘기던 2018~2019년 서울 마포권 기준입니다.
마진율의 진짜 분포, 숨긴 숫자들
보통 업계에서는 "술 마진 65~70%"라고 자랑하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건 '재료 대비' 마진이에요. 인건비·임대료·관리비·부가세 빼고 나면 실제 영업이익률은 12~18%로 수렴합니다. 룸 단위로 떼어놓고 보면, 30만원 이상 최고가 룸 쓰는 손님이 있는 날은 영업이익률이 25%까지 치솟지만, 만원대 일반 테이블로만 채운 날은 6%에도 못 미칩니다. 이 불균형을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우리는 그냥 "낮에는 먹고 살고, 밤에 남기는 거다"라고 불렀습니다.
마포/합정 인디 소셜 라운지의 딜레마
요즘 마포·합정 쪽 인디 소셜 라운지들 보면서 느끼는 건데, 옛날보다 손님당 단가는 올랐는데 마진 구조는 더 얇아졌다는 거예요. 소셜 라운지란 이름값에 인테리어에 1억 이상 투자하고, 좌석당 회전율은 술집의 절반 수준. 2019년 내가 정리하던 가게도 그랬습니다. 세련된 조명, 콘크리트 노출 천장, 수제 맥주 라인업까지. 손님은 "분위기 좋다"고 했지만, 분위기 한 푼에 전기세 삼만원씩 까지고 있었던 거죠. 소셜 라운지라는 카테고리가 원가 구조 자체를 바꿔놓은 겁니다.
그 2억의 교훈
돌아보면, 권리금 2억은 "이 가게에서 남은 영업권"에 대한 프리미엄이었고, 나는 그 돈을 16개월간 월 1,250만원 꼴로 태우고 나간 셈이죠. 초보 창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오해 하나. 원가율이 30%면 남는 게 70%인 줄 압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30% 원가에 임대료 22%, 인건비 15%, 관리비 5%를 붙이면 남는 건 28%. 거기에 세금까지 떼면 손에 쥐는 건 15% 미만.
그 2억 받고 나가던 날, 정산서 마지막 줄에 적힌 숫자 1,847만원. 그게 내 16개월의 잔여 이익이었어요. 퇴물의 현실은 그렇게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