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마셔요? 한 블록 더 갈까요?"
합정역 2번 출구 뒷골목에서 길 잡은 커플이 물어본 말이었다. 나는 후자를 권했다. 당연히.
요즘 마포·합정 일대에 인디 라운지라는 간판이 우후죽순이다. 문제는 '인디' 세 글자에 기대고 들어가면 실망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는 거야. 나는 두 경로를 비교해볼 테니 각자 판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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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순례 versus 골목 이발
A경로를 택한 지인이 있다. 인스타 '합정 감성 라운지' 해시태그로 검색해서 상위 다섯 곳을 돌아다닌 케이스. 서교동 빌딩 지하. 조명은 분위기 잡았는데 와인 리스트가 대형마트 동네푸드마트 수준이야. 라벨만 새로 붙이고 '오리지널 블렌드'라고 적어놓은 것. 음악은 스팟리파이 키워드 플레이리스트 그대로 틀어놓는데, 내 방에서 혼자 틀어놓은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 1인당 자리값 2만원 넘게 나왔고.
B경로는 좀 다르다. 합정동 오래된 상가 골목, 간판도 잘 안 보이는 데. 들어가면 카운터 하나에 좌석 12개짜리 소규모 라운지. 사장이 직접 와인 고르고,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딴 케이스다. 음악은 사장 취향 그대로. 80년대 프렌치 터키시 레코드에서 시작해서 뉴웨이브까지. 자릿값은 1만원 아래.
실제로 봐야 할 포인트
이런 데를 구별하는 건 사실 어렵지 않다.
메뉴판을 봐라. 손글씨로 적어놓은 곳이 일단 가산점이다. 프린트 뽑아서 스탠드에 끼워놓은 건 퀄리티가 확실히 다르다.
음악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체크해라. 천장 매립 스피커는 프랜차이즈 신호다. 카운터 옆 스탠드형 스피커면 로컬 확률이 높아.
화장실도 봐라. 이게 진짜다. 화장실 깔끔한 인디 라운지가 거의 없다. 더러운데 멋있으면 그게 진짜 인디야.
그리고 '소셜'이란 단어에 속지 마라. 소셜 라운지라고 붙으면 보통 단체 자리용 세팅이다. 6인 이상 예약받고, 미니멀 인테리어에 고가 룸피 붙이는 곳. 진짜 인디 감성 원하면 '라운지' 한 단어만 걸러서 찾아라.
다음에 합정 갈 때 할 것
다음 합정역 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네비 키고 핫플 찍지 말아라. 역에서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는 골목으로 들어가. 메뉴판이 손글씨인 데를 찾아. 두 번째 골목 어딘가에서 진짜를 만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