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세트장 구석에서 싸구려 본드 냄새를 맡으며 플라스틱 뿔을 만지작거리던 그 축축한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 애들은 마포나 합정 골목길에 새로 생긴 세련된 인디 소셜 라운지 같은 데 모여서 무슨 대단한 영화 미학이라도 논하는 모양인데, 진짜 현장은 그렇게 우아하게 안 돌아간다.
흔히들 그 하얀 유니콘 꿈 시퀀스가 대단한 철학적 설계 속에서 탄생했다고 믿는다. 참 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당시 제작비는 바닥을 기었고, 미술 감독은 매일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내가 런던 변두리 싸구려 만물상—요즘으로 치면 딱 알리익스프레스 수준의 저질 수입품 가게—에서 단돈 몇 실링 주고 사 온 허접한 모조 뿔을 진짜 말 이마에 본드로 대충 붙여서 찍은 게 그 전설적인 장면의 실체다.
**질문: 리들리 스콧은 왜 굳이 그 싸구려 소품이 들어간 꿈 장면을 파이널 컷에 쑤셔 넣었을까?**
답변: 현장에서 찍어둔 필름 중에 쓸 만한 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원래는 그냥 테스트 촬영용으로 대충 찍어둔 B컷이었는데, 편집 단계에서 호흡이 처지니까 감독이 "야, 그 말대가리에 뿔 달고 뛰던 거 가져와봐" 해서 억지로 끼워 맞춘 거다. 그래놓고 나중에 인터뷰에서는 무슨 처음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메타포였던 것처럼 말을 바꾸더군. 정작 현장에서는 뿔이 자꾸 떨어져서 "이딴 쓰레기 소품 사 온 새끼 누구야!" 하고 내지르던 인간이 말이다.
만약 당신이 현장에서 소품을 고를 때, '이게 화면에 진짜처럼 보일까?'라는 의심이 3초 이상 든다면 그건 당장 폐기해야 하는 쓰레기다. 본드가 마르기 전에 흔들리는 모조 뿔처럼, 억지로 끼워 맞춘 연출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불협화음을 내기 마련이니까. 요즘 합정 인디 소셜 라운지 가이드를 보며 힙한 척하는 젊은 친구들도 이런 날것의 실패와 타협의 역사를 알면 그 영화가 다르게 보일 거다.
그 시절 진짜 현장의 뒷이야기나, 소품실에서 밤새며 겪었던 진짜 에프에이큐(FAQ) 같은 날것의 정보가 궁금하다면 maphoshirts 사이트를 슬쩍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얄팍한 영화 평론가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보다는 훨씬 뼈가 되고 살이 될 테니까. 내가 괜히 이런 꼰대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다 너희들 피가 되고 살이 되라고 하는 소리다.
정말로 그 장면이 감독의 천재적 영감이었다고 믿는가?
당신이 쥐고 있는 그 소품이 진짜 가치가 있어서 쓰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예산이 부족해서 타협한 결과물인가?
그리고, 그 타협을 예술이라는 포장지로 덮으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