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원. 마포역 4번 출구에서 세 블록만 걸어가면 나오는 인디 소셜 라운지, 그 지하방에서 허리 숙여 카드 더미를 뒤지던 중고상이 정확히 그 금액을 불렀다. "이거 1판 브루트 카드라서 요즘 시세보다 쌉니다." 말이 쌉이지, 사실 2판 브루트와 섞어서 파는 꼼수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2017년 이전 출하분이랑 그 이후 찍어낸 걸 구분 못 하는 사람이 이 동네 의외로 많다.
1판 섞어팔기, 왜 걸리나
합정 인디 라운지 쪽 중고 거래에서 글룸헤이븐 1판 확장팩이 자꾸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2016년 1판 발매 물량이 국내에 제법 들어왔는데, 2019년 절판 이후로 물량이 안 들어오니까 매물이 귀해진 거다. 귀해지면 가격이 붙고, 가격이 붙으면 가짜가 섞인다. 위키백과에서 마케팅 정의를 보면 "수요와 공급의 교차점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동네 중고판은 그게 좀 왜곡되어 있다.
정확히 뭘 봐야 하느냐
글룸헤이븐 1판에서 2판으로 넘어가면서 바뀐 클래스 카드를 세 개만 짚어보자.
브루트의 Eye for an Eye. 1판에서는 피격 시 반격 데미지가 2였고, 2판에서는 1로 줄었다. 이건 밸런스 패치다. 1판 브루트는 반격 조합이 너무 강해서 혼자서 보스전을 털어버리는 경우가 잦았고, 크리스토퍼 맥스(DropMix과 별개 인물이다, 같은 이름 쓰는 디자이너가 많다) 본인이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린 거다.
스카운드릴의 Flanking Strike. 1판에서는 인접한 아군이 있으면 +2 보너스가 붙었고, 2판에서는 +1로 축소. 스카운드릴 특성상 은신 → 기습 루틴이 확정적이라 과도한 데미지 폭발이 일어났다.
싱크의 Feedback Helix. 이건 텍스트 수정이 더 크다. 1판에서는 "적을 2턴 동안 냉기 2 적용"이라고 써 있었는데, 2판에서 턴 수 명시 방식이 바뀌었다. 실전에서 2턴이 언제부터 세느냐가 논쟁이 됐고, 결국 턴 종료 시점 처리로 명확히 잡은 거다.
2판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다. 2판이 무조건 나은 거 아니냐는 질문인데,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1판의 어떤 카드는 밸런스 미스가 아니라 의도적인 강함이었다. 맥스 힐링 라인을 보면, 키네틱 플럭스처럼 1판에선 힐이 3이었는데 2판에서 2로 줄어든 카드가 있다. 이건 순수하게 난이도 조절이다. 1판으로 클리어한 유저들 사이에서는 "원래 그 힐이 글룸헤이븐의 맛이었다"는 말이 아직도 돈다.
라운지에서 이 카드들을 실제로 비교해볼 기회가 있다면, 마포 쪽 인디 라운지 중에 1판 컴포넌트를 여전히 세팅해두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거기서 직접 보는 게 어떤 인터넷 글보다 정확하다.
거짓말을 걸러내는 관찰법
1판과 2판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카드 우측 하단의 아이콘 크기다. 1판 프린팅에서는 클래스 아이콘이 약간 작고 어두운 편인데, 2판 리피ント부터 인쇄 해상도가 올라가면서 선명해졌다. 이건 육안으로도 잡힌다. 또 하나는 카드 스톡크 두께인데, 1판 초기분은 약간 얇고 뻣뻣하고, 2판은 좀 더 유연하다. 냄새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다, 진짜로. 1판은 잉크 냄새가 좀 더 강하다.
마지막에 확인할 것 세 가지
이 글을 읽고 나서 다음에 중고 매물을 만나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1. 카드 하단 아이콘 선명도가 어떤版本에 속하는지, 2. 특정 클래스의 밸런스 수치가 현재 커뮤니티 합의와 맞는지, 3. 판매자가 1판 2판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마지막 항목이 가장 잔인한 잣대다. 설명 못 하는 순간, 그건 모르고 파는 사람이거나, 알고도 속이는 둘 중 하나다.